이번 시간부터는 2부인 암호화폐와 금융 그리고 블록체인의 미래와 연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금융 내용과 연결지어 화폐와 비트코인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6.1 금과 달러
우선 역사부터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6.1.1 은 보관증
세계 최초의 지폐는 존 로가 1716년 프랑스에 세운 뱅크 제너럴에서 발행한 것으로, 사람들이 은행에 맡긴 은을 담보로 발행된 은행권입니다. 일종의 은 보관증이자 은본위 지폐인 셈입니다. 존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은을 찾지 않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보관된 은 이상으로 마구잡이로 은행권을 발행했습니다.
이후 그는 식민지 개척 사업을 펼치며 서인도 회사라는 주식회사를 설립합니다. 그 사이 프랑스 재무장관까지 오른 존 로는 자신의 은행과 서인도 회사를 병합하고 해당 은행이 국가 채무를 관리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은행권을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처럼 둔갑시키는데 성공했고, 사람들은 서인도 회사 주식을 사려고 아우성치며 주가는 끝을 모르고 상승했습니다.
한편 식민지 사업이 연일 실패로 돌아가 약속한 배당금을 줄 수 없던 로는 은행권을 더 많이 발행해서 배당금을 지급했고, 약속된 배당금이 지급되자 사람들은 더 환호했고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앞다퉈 주식을 더 사며 주가는 더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산 주식 구매대금은 이때 마구 발행한 지폐를 대출받은 것으로 거품은 오래가지 못하였고, 결국 연 26%의 살인적 인플레이션과 함께 1720년 10월 은행권은 휴지가 됐습니다. 이렇게 존 로가 비축된 은보다 더 많은 은행권을 발행한 수법은 여전히 금융 및 화폐 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6.1.2 금 보관증
존 로의 은 보관증은 19세기까지 영국을 시작으로 대부분 국가에서 금본위제의 모델이 됐습니다. 금본위제란 화폐의 단위와 일정량의 금을 항상 일치시켜 두는 제도로 국가가 화폐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동등한 양만큼의 금을 실제로 비축해둬야 했고, 화폐는 언제든 금으로 바꾸는 것이 보장됐습니다.
이후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불안전한 화폐 대신 실물 금을 비축하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지폐 대신 금을 선호하면서 화폐 발행을 위한 실물 금의 조달이 용이하지 않게 되자 금본위제는 위기를 맞게 됩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미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면서 금은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이 시기에는 사실상 금이 전 세계의 공식적인 단일 통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 달러라는 매개체를 통한 것이기는 했지만, 근본을 따져보면 금이 전 세계의 단일 통화 역할을 한 셈입니다.
6.1.3 종이 달러
1971년 금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달러는 그 발행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던 금 비축이라는 족쇄를 벗어던지고 이때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는 50여 년에 걸쳐 이른바 부채화폐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맞이했습니다. 금에 기반한 금본위 화폐가 아닌 빚을 기반으로 한 화폐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그 빚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노동력을 통한 세금을 담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6.1.4 현대통화이론
현재 전 세계적으로 종이돈에 관한 극한의 실험이 진행 중입니다. 이 실험의 이론적 배경은 현대통화이론으로 정부는 세수를 넘어서 지출해서는 안된다는 전통적 경제학 논리를 무시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서 정부는 화폐를 계속 발행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MMT가 기존 경제학과 가장 다른 점은 화폐 발행 목적을 조세 징수로 본다는 것에 있습니다. 과도한 통화량 증가도 세금 징수를 통해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주류 경제학의 관점의 경우 민간의 현금이 세금과 정부 차입(국채발행)을 통해 정부로 흘러 들어가고 정부로 들어온 돈은 다시 정부 지출과 국채의 원리금 지급을 통해 민간으로 돌아가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현대통화이론에서는 정부가 현금을 발행하고 수도꼭지를 열어 정부 지출과 차입금 이자를 민간으로 흘려보냅니다. 그리고 정부 지출을 통해 공공재가 창출되고 민간의 현금이 넘쳐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면 배수관을 열어 세금으로 거둬들이거나 정부 차입(국채발행)을 통해 국체 계정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국채의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은 다시 민간으로 돌아가는 형태입니다.
6.1.5 초인플레이션
짐바브웨는 1980년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아프리카 중남부 국가로 독립 초창기에는 나름 경제적으로 안정된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독립 영웅으로 칭송받던 무가베의 오랜 독재와 함께 경제는 파탄에 이르고 물가는 살인적으로 폭등해 인플레이션에 의한 화폐가치는 끝을 모르고 떨어졌습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시절의 인플레이션은 무려 2억3천백만 퍼센트에 달했고 2009년에는 급기야 역대 가장 큰 금액인 100조 달러 지폐를 발행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 100조 달러로는 겨우 달걀 세 개를 살 수 있는 가치였고, 말 그대로 돈보다 종이가 더 값어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6.2 화폐의 조건
지금까지 금, 달러, 화폐, 현대통화이론과 초인플레이션까지 살펴봤는데, 이 모든 가치의 기반은 바로 신뢰입니다. 금은 수천 년 동안 서서히 신뢰를 쌓으면서 가치를 형성했기 때문에 금값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비트코인도 폭넓고 광범위한 지지를 통해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그 가치를 인정받고 가질 수 있음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는지 화폐의 속성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다음의 최소한 4가지 속성을 살펴보겠습니다.
6.2.1 교환의 기능
비트코인이 화폐가 되기 위해선 교환 기능을 갖춰야 합니다. 즉 재화와 용역을 교환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하지만 이러한 교환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은 단순히 가능하다가 아니라 범용성을 갖춰야 합니다. 즉 어느 상점을 가든 어느 용역을 구매하든 비트코인을 통한 상거래가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어떤 암호화폐도 이런 범용적 교환성은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가치의 불안정성과 내재 가치의 부재, 신뢰의 부재, 사용상의 불편을 들 수 있습니다.
예시로 간단히 살펴보자면 종잇조각인 포켓몬 카드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천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 가치가 천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포켓몬 카드로는 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 없습니다. 상점 주인은 어린이가 아니므로 포켓몬 카드에 가치를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포켓몬 카드에는 교환의 범용성이 없습니다. 물론 어린이들끼리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포켓몬 카드를 사기 위해서 천원의 법정통화를 서로 주고받으며 거래하겠지만 이는 그들 간의 거래일 뿐입니다.
6.2.2 가치 척도의 기능
화폐의 또 다른 주요 기능 중 하나는 가치 척도입니다. 화폐가 그 자체의 내재 가치로 다른 모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힘을 가지면, 모든 상품은 자신의 가치를 화폐의 일정한 양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화폐 경제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묵 1인분의 가격을 500원, 떡볶이 1인분의 가격을 1천 원이라고 한다면, 이 경우 떡볶이 1인분의 가격을 '어묵의 2배'라고 말할 수 있지만, 모든 물건값을 이런 식으로 '어묵 1인분 가격의 몇 배'로 표시하면 사회적으로 많은 불편과 비용이 따르게 됩니다. 따라서 '원', '달러', '유로'와 같이, 화폐는 각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회계 단위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가치 척도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그 가치가 변동돼서는 안됩니다. 길이가 계속 변동되는 잣대는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무형인 비트코인은 내재 가치가 없고 명목화폐처럼 법적으로 부여된 가치도 없기 때문에 유일하게 가치가 형성되는 방법인 명목화폐와의 시세는 그 변동성이 커질 경우, 가치 척도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6.2.3 가치 저장의 기능
다음으로 가치 저장의 기능인데, 사람들은 비트코인에 가치 저장 기능이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화폐가 가진 가치 저장 기능은 단순히 가치를 쌓아 둔다는 의미가 아닌, 언제든 일정한 구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치를 저장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비트코인은 변동성으로 인해 가치 저장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데, 이는 구매력이 일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금은 도난당하지 않는다면 항상 존재하므로 그 가치를 저장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익명으로 참여한 자들의 네트워크 프로그램에 불과합니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자들은 철저히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구성된 사익집단으로, 언제까지 그 네트워크를 계속 유지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6.2.4 사용의 편의성
마지막으로 살펴볼 사용의 편의성 측면에 있어서 비트코인은 최악입니다. 비트코인은 트랜잭션이 블록에 기록돼야 거래가 성사됩니다. 비트코인의 거래를 위해서는 최소한 10분, 경우에 따라서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비로소 거래에 대해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화폐 교환을 위해 항상 10분 이상 걸린다면 정상적인 상거래 활동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소액 거래의 경우 10분을 기다리지 않고 서로를 믿고 즉시 거래를 종료한다면 1부에서 언급했던 이중사용을 상습적으로 시도하는 악의적인 사용자가 넘쳐날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중사용을 시도했을 때, 정상 거래가 먼저 기록될지, 거짓 거래가 먼저 기록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트코인 트랜잭션의 평균 수수료는 2018년에는 52.18달러였고, 올해 최고는 62.78달러였다. 이는 비트코인으로 물건 값을 지불하게 되면 모든 물가가 이만큼씩 오른 셈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4달러짜리 커피를 사려해도 수수료가 40달러라고 가정하면 44달러를 지불해야 하니 수수료가 10배 더 비싼 셈입니다.
따라서 디지털 금융을 통한 편리하고 안정적인 법화를 두고 비트코인을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선 평균 트랜잭션 수수료보다 적게 지불하면 되지만, 그 경우 트랜잭션이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의 비트코인 시스템을 일상생활에서 화폐로 사용하기에는 조금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가능한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6.2.5 화폐로서의 비트코인
지금까지 화폐의 정의와 비교해서 비트코인을 살펴봤는데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 비트코인은 모든 측면에서 화폐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는 사실 비트코인이 원래 화폐라는 기능적 요소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화폐의 기능적 요소가 아닌 추적이 불가능한 거래 시스템이 그 주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이 법화를 통해 거래되고 그 시세가 각 나라별로 다르게 형성되는 한 비트코인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가치는 법화를 통한 간접 가치일 뿐입니다. 이는 간접적으로 생긴 가치가 아닌 스스로의 내재 가치로 척도 역할을 해야 하는 화폐의 기본 요건과 맞지 않고, 이런 척도 역할을 하지 못하면 초인플레이션에 버금가는 경제 비상사태와 동일한 상황을 스스로 초래하게 되는 모순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비트코인은 앞으로도 화폐로 사용될 가능성은 없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또, 법화를 통한 간접적 가치 변화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자국의 화폐 주권을 버리고 비트코인을 법화로 채택하려는 나라가 있을 수 없다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자국의 법화로 채택하는 실험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는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146496&memberNo=1978994
•http://news.bizwatch.co.kr/article/market/2019/02/08/0015
'블록체인 책 >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가상자산의 실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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